'어울림' 장애인 기자단-서울대공원을 가다(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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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원IL어울림 작성일23-12-20 14:37 조회1,4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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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을 가다
-코끼리 열차 타러 가는 길
한미숙 – 지체장애, ‘어울림’ 장애인 기자단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랑거리인 가을 하늘은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힘이 있는가 보다.
내게 장애인이란 명칭을 하나 더 덧붙여 준 교통사고가 있던 날도 하늘은
환상적으로 파랬고 높은 하늘에 드문드문 보이는 흰구름은 몽환적이기까지 했었다.
지금은 2023년도.
한글날 연휴가 끝나고도 집에 머물고 있는 아들을 앞세워 서울대공원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도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일단 매표소에서 장애인은 동행 1인까지 입장료가 무료라고 했다.
다음은 코끼리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이는 공원의 내부가 너무 넓은 고로 유모차를 탄 아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 혹은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이나 또 다른 이유로 다리가 아픈 행락객들을 위해 있는 내부 순환 교통수단이었다.
그런데 코끼리 열차는 그 구조상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으므로 아예 처음부터 ‘장애인 접근금지’를 암묵적으로 주창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가는 길은 위의 무지막지해 보이는 계단뿐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인 경우 엄마는 아기를 안고 아빠는 유모차를 접어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진풍경들이 이어졌다.
보행 보조기의 도움으로 그나마 걸을 수 있는 나는 계단을 힘겹게 올랐는데 계단엔 붙잡고 갈 바(손잡이) 하나 설치되어 있질 않아 위험하기까지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휠체어를 타시는 분은 아예 오지 말라는 건가?
동물원에 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원 측 나름의 배려로 전기차-미니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여기엔 장애인들을 배려한 리프트가 장착되어있어 휠체어를 한, 두 대쯤 싣도록 되어있었다.
그럼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를 이용하려면 어떤 순서를 밟아야 할까?
먼저 코끼리 열차를 타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위의 그 무지막지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여기서 잠시 -주차장에 있는 전기카트는 미술관, 캠핑장으로 이어지니 전기차와 혼돈해선 안된다.
이나마도 골프장등에서 쓰는 전기 카트이므로 휠체어 장애인은 어림없고
편마비 장애인인 경우도 탑승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거나 대부분이 불가능하리라고 보여졌다.
이 전기차에 오르는 계단의 높이도 일반 소형 버스처럼 높고 좁은 것
이었다. 차창도 일반 버스의 그것이어서 척수 장애인등 일부의 키가 작은 이들의 경우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없을 듯 했다.
게다가 가는 길도 큰길만을 가니 동몰원에 있는 동물들을 맘 놓고 다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도 ‘장애인용 전기차’를 보유했다고 장애인 단체에 이용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니....
좀 더 장애인 입장을 고려하려는 노력들이 많이 아쉬웠다.
나는 동물원이 너무 너른 고로 휠체어를 대여하여 돌아다니기로 하고는 그 대여소를 찾았다.
여기서 수동휠체어는 2,000원의 대여료를, 전동휠체어는 3,000원의 대여료(복지카드 지참 시)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는 장애인이라하여 무료의 혜택을 주면서 정작 휠체어는 대여료를 받다니.... 이건 뭔가 일관성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적어도 복지카드를 제시하는 장애인에겐 어떤 배려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2,000원을 주고 빌린 수동휠체어는 바퀴 한 쪽이 고장 나 있어 운전자가 마음 먹은 대로 안 가고 엉뚱한 대로 굴러 가는 바람에 운전하는 이가 고생을 해야 했다.
지난 봄에 여기 왔을 때도 휠체어가 제멋대로 가는 바람에 운전하는 사람이 애를 먹었었는데, 설마 또 그것인가?
휠체어 대여료를 받으려면 ‘정비’를 말끔히 하는 등 관리를 해놓던가...
이건 뭐로 보나 말이 안 된다.
서울대공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데 복지를 위한 편의시설 수준이 이래서야... 참으로 걱정된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먼저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이 있어지기 바란다.
다음은 코끼리 열차의 끝부분에 휠체어를 싣고 갈 수 있는 시설이 있어지게 개조를 하던가, 아님 최소한 전기차의 차창이라도 ‘사파리를 드나드는 차’처럼 ‘통유리’ 차량이어서 창밖의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휠체어의 대여료와 무료 입장료 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조율이 있어지길 기대한다.
이도저도 시설 비용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아예 주차장에 있어 캠핑장 등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다양화하고 약간의 구조를 변경하여 어떤 이들도 이용 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듯도 싶다.
이참에 그간에 접했던 여러 가지의 부당한 것들에 관해 토로해 보련다.
사람들은 때로 준공 허가 등만을 받기 위해 눈가리고 아옹 하기 식의 ‘실용성하곤 상관없이 했다는 말만 듣기’ 위한 편의시설 등을 하곤 한다.
이런 것들을 접하게 될 때면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때론 어줍잖은 배신감마저도 든다.
내가 가장 짜증이 나는 건 경사로이다.
먼저는 계단 폭이 너무 좁거나 짧아서 지나치게 가파른 경우이다.
아마도 공간을 줄이느라 그러했는가 본데...
반대로는 경사로의 길이가 너무 쓸데없이 긴 경우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용 화장실을 청소도구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그 관리소홀은 말해 무엇하리이다. 또 장애인 주차장 등등. 그 장소도 수법도 다양하다.
아마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만 설계하고 건축하고 운영해서 일 것이다.
우리에겐 분명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란 게 있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한 여러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가끔은 그 유명무실함에 오히려 더 큰 낙담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시혜하는 입장에서만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장애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변모되고 진화되어
지는 실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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