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장애인 기자단-아쉬운 엘베(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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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원IL어울림 작성일24-05-10 14:13 조회1,1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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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엘베
거리거리마다 꽃비가 내리는 화려함으로 꽉 찬 봄날.
날씨마저도 그 특유의 반짝거림으로 한 쌍의 선남선녀가 하나 됨을 축복하고 있는 듯했다.
그 선남선녀들은 지명도가 아주 높은 좋은 곳인 KBS신관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 곳을 찾아서 가는 길들조차도 꽃길그 자체여서 발걸음마저도 꽃 향기에 취하는 듯 황홀했다.
이날의 주인공들 모두가 장애인들과 연관이 있어 하객들 중의 많은 수가 장애인이었다.
하객으로 참여한 모든 이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았고 마침내 결혼식이 끝나자 그 남겨진 못다 한 축하의 아쉬움을 달래려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의 좋은 곳인 KBS신관 웨딩홀의 피로연장은 안타깝게도 지하에 있었다.
결혼식장과 피로연장을 잇는 길목엔 우아한 모양새의 나선형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 아래에 자리한 피로연장은 가히 좋은 곳의 부대시설답게 넓고도 풍성하였지만 장애인들에겐 마냥 달갑지마는 아니한 길이었다.
휠체어를 보장구로 하는 많은 수의 하객은 결혼식장을 나와 건물의 한 편에 놓인 엘리베이터(이하 ‘엘베’)를 이용해야 했다.
이 엘베는 지하에 있는 피로연장의 또 다른 부대시설과 연결돼 있었는데 이 곳은 요리사들(혹은 또 다른 직원들)이 피로연장으로 가져가는 음식들을 분배한다든지 또는 다른 일들을 하며 피로연을 준비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는 곳인 듯 했다.
즉,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결혼식장에서 바로 피로연장으로 올 수는 없는 구조였던 거다.
나는 그나마 보행보조기로 크러치(목발 모형인보장구)를 이용하여 조금은 걸을 수 있기에 그 우아한 나선형 계단을 이용하여 피로연장으로 갈 수가 있었다.
가면서 같이가는 일행과 ‘다른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어찌 피로연장엘 가나?’ 하는 걱정스런 생각을 나누었었다.
그런데 곧 그 의문은 풀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피로연 장의 한 벽면에 가림 막으로 가려진 작은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난 피로연 장을 나올 땐 호기심에 그 엘베를 이용했다.
엘베를 내린 곳은 또다른 낯선 곳이었다. 오가는 사람도 없어 나가는 곳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아무튼 이리저리 헤매다 밖엘 나왔다.
이 결혼식장은 몇몇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로서 대중의 편리하고도 원활한 이용을 위해 새로 보태어 지은 시설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도 엄연히 이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과연 있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결혼식장에 휠체어 장애인들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다가 막상 그런 일이 있어지자 그냥 급한 대로 임시방편을 쓴 것은 아닌가?
이대로는 정말 아쉬운 일이다. 결혼식장이나 그 근접한 곳에서 피로연장으로 직접 이어지는 엘베가 있어지길 기대한다.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하건대 휠체어 장애인은 '화물'이 아니다.
'어울림' 장애인 기자단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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