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아프면 어떡하죠?”청각·언어장애인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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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원IL어울림 작성일21-09-30 10:25 조회5,8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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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어로 발언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DB
# 청각장애인 A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작년 3월, 두 아들에게서 콧물이 나고 열이 나는 증상이 나왔다. A씨는 두 아들을 병원에 데려 갔지만 의사가 마스크를 쓴데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대화가 잘 안 됐다. 아들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불안은 커져 갔다. 다행히 두 아들이 단순 감기라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진료를 받던 30분 간은 잊을 수 없다.
# 청각장애인 B씨는 팔을 다쳐 병원에 갔다. 수어통역사를 부르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병원 통역이 안 된다고 해서 혼자 갔다. 수어통역사가 없더라도 수어통역센터와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는 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병원은 수어통역사가 없다고 진료를 거절했다. 영상통화를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영상통화를 할 수단이 없었다. B씨는 병원을 나와야만 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각·언어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수어통역 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어통역사 배치한 의료기관 2개소 뿐
청각·언어장애인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통역해주는 수어통역사가 필요하다.
2020년 기준 청각·언어장애인은 41만8180명이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의료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복지부에서 한국농아인협회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은 2개소에 불과했다.
현재로선 청각·언어장애인은 수어통역센터의 의료통역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수어통역센터는 197개소이고, 여기에서 근무하는 수어통역사는 976명이었다.
■시도별 수어통역센터 비율 최대 28.8배 차이
현재 수어통역센터나 수어통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배치 기준이 없어 시도별로 수어통역 인프라의 편차가 크다.
인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시도별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대비 수어통역센터 비율은 최대 28.8배, 수어통역사 비율은 최대 7.2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수어통역센터 1개소당 청각·언어장애인 수는 전국 평균 2122.7명이었다.
시도별 수어통역센터 1개소가 담당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수는 강원(858.1명), 전남(1019.3명), 전북(1,397.9명) 순으로 적었고, 인천(2만4725명)이 가장 많았다. 강원과 인천의 차이는 약 28.8배였다.
한편 수어통역사 1명당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수는 전국 평균 428.5명으로, 강원(183.9명), 전남(251.8명), 세종(262.6명) 순으로 적었고 대구(1321.8명)가 가장 많았다. 강원과 대구는 약 7.2배의 차이를 보였다.
인 의원은 시도별 수어통역사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전문분야 교육을 확대해 수어통역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어통역 서비스 개발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관심밖, 1인당 의료통역 0.47건 불과
인 의원은 수어통역 서비스에 대한 수어통역센터와 의료기관의 관심과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장애인 단체는 수어통역센터와 의료기관이 수어통역 서비스에 소극적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어통역센터가 지원한 의료통역은 총 19만6601건인데, 이를 청각·언어장애인 1인당 연간 지원건수로 환산하면 0.47건에 불과했다.
시도별 청각·언어장애인 1인당 연간 의료통역 지원건수가 많은 지역은 제주(1.25건), 서울(0.71건), 경북(0.67건) 순이었고, 가장 적은 지역은 전북(0.18건)이었다.
의료통역은 일반 통역에 비해 의료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전문분야에 대한 수어통역사 교육도 미흡했다. 2018~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의료통역사 양성과정을 실시한 지역은 서울과 전남 2개 지역에 불과했고, 이를 수료한 수어통역사도 67명 뿐이었다.
인 의원은 “수어통역사의 의료기관 배치를 논의하는 것과 동시에 수어통역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시도별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수에 비례해 수어통역사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통역 등 전문분야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초 국내 연구진은 수어를 구사하는 아바타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 기술이 발전하면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수어통역 서비스 개발과 보급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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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 청각장애인 A씨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작년 3월, 두 아들에게서 콧물이 나고 열이 나는 증상이 나왔다. A씨는 두 아들을 병원에 데려 갔지만 의사가 마스크를 쓴데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대화가 잘 안 됐다. 아들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불안은 커져 갔다. 다행히 두 아들이 단순 감기라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진료를 받던 30분 간은 잊을 수 없다.
# 청각장애인 B씨는 팔을 다쳐 병원에 갔다. 수어통역사를 부르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병원 통역이 안 된다고 해서 혼자 갔다. 수어통역사가 없더라도 수어통역센터와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는 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병원은 수어통역사가 없다고 진료를 거절했다. 영상통화를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영상통화를 할 수단이 없었다. B씨는 병원을 나와야만 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각·언어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수어통역 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어통역사 배치한 의료기관 2개소 뿐
청각·언어장애인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통역해주는 수어통역사가 필요하다.
2020년 기준 청각·언어장애인은 41만8180명이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한 의료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복지부에서 한국농아인협회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은 2개소에 불과했다.
현재로선 청각·언어장애인은 수어통역센터의 의료통역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수어통역센터는 197개소이고, 여기에서 근무하는 수어통역사는 976명이었다.
■시도별 수어통역센터 비율 최대 28.8배 차이
현재 수어통역센터나 수어통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배치 기준이 없어 시도별로 수어통역 인프라의 편차가 크다.
인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시도별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대비 수어통역센터 비율은 최대 28.8배, 수어통역사 비율은 최대 7.2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수어통역센터 1개소당 청각·언어장애인 수는 전국 평균 2122.7명이었다.
시도별 수어통역센터 1개소가 담당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수는 강원(858.1명), 전남(1019.3명), 전북(1,397.9명) 순으로 적었고, 인천(2만4725명)이 가장 많았다. 강원과 인천의 차이는 약 28.8배였다.
한편 수어통역사 1명당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수는 전국 평균 428.5명으로, 강원(183.9명), 전남(251.8명), 세종(262.6명) 순으로 적었고 대구(1321.8명)가 가장 많았다. 강원과 대구는 약 7.2배의 차이를 보였다.
인 의원은 시도별 수어통역사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전문분야 교육을 확대해 수어통역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어통역 서비스 개발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관심밖, 1인당 의료통역 0.47건 불과
인 의원은 수어통역 서비스에 대한 수어통역센터와 의료기관의 관심과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장애인 단체는 수어통역센터와 의료기관이 수어통역 서비스에 소극적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어통역센터가 지원한 의료통역은 총 19만6601건인데, 이를 청각·언어장애인 1인당 연간 지원건수로 환산하면 0.47건에 불과했다.
시도별 청각·언어장애인 1인당 연간 의료통역 지원건수가 많은 지역은 제주(1.25건), 서울(0.71건), 경북(0.67건) 순이었고, 가장 적은 지역은 전북(0.18건)이었다.
의료통역은 일반 통역에 비해 의료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전문분야에 대한 수어통역사 교육도 미흡했다. 2018~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의료통역사 양성과정을 실시한 지역은 서울과 전남 2개 지역에 불과했고, 이를 수료한 수어통역사도 67명 뿐이었다.
인 의원은 “수어통역사의 의료기관 배치를 논의하는 것과 동시에 수어통역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시도별 등록 청각·언어장애인 수에 비례해 수어통역사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통역 등 전문분야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초 국내 연구진은 수어를 구사하는 아바타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 기술이 발전하면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수어통역 서비스 개발과 보급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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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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